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가

성베드로 성당 스테인글라스창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가

서양의 건축 역사에 있어서 건축가의 이름이 역사적으로 전해오는 경우는 많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 이후에는 건축가의 위치가 사회적으로 전문 직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하였고 그들의 작품은 오늘날까지 건축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르네상스 양식을 창조한 건축가는 피렌체 출신의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입니다. 이후 이탈리아는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 브라만테, 안드레아 팔라디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등 위대한 르네상스 건축가를 배출하였습니다.

---

1. 필리포 브루넬레스키(1377-1446)  최초의 르네상스 건축가

화가이며 조각가이자 금세공인이었던 피렌체 출신의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르네상스 양식을 창조한 건축가입니다. 브루넬레스키는 원래 문학과 수학 교육을 받았으나 예술에 마음을 둔 그는 1398년 금세공 기술자가 됩니다.

1401년 브루넬레스키는 피렌체에 있는 세례당의 청동문 세트를 디자인하는 공모전에 응모하였으나 낙선하자 로마로 갔습니다.

그는 고대 로마의 유적들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피렌체 대성당의 돔을 완성할 방법을 강구하였고 이 성당에 설치한 돔을 르네상스 건축의 시작으로로 봅니다.

브루넬레스키가 피렌체에 설계한 고아원인 오스페달레 데글리 이노첸티(1419~1445년경)는 고전의 기둥과 주두를 참고하여 응용한 첫 번째 건물로 전체적으로 장엄하나 절제되어 있습니다. 브루넬레스키는 이어서 피렌체에 산 로렌초 디 피렌체 성당(1419~1480년대)과 산토 스피리토 디 피렌체 성당(1441~1481), 파치 성당(1441~1446)을 설계하였으며 이들의 건물은 르네상스 건축의 역사적 건축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브루넬레스키는 1415년에 평행하는 선이 소실점에서 만나는 삼차원적 공간의 환상, 즉 원근법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다가 1446년 죽은 후에 그의 건축 이념이 건축가 브라만테 Bramante에 의해서 로마에서 더욱 발전되었습니다.

---

2.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 (1404~1472): 다재다능한 재능의 소유자

브루넬레스키가 사망한 후 르네상스를 이끌어 갔던 건축가는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소유하고 있던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였습니다. 알베르티는 법률, 희곡, 작곡, 회화, 물리학, 수학뿐만 아니라 건축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는 건축가이자 걸출한 이론가로서 건축에 관한 광범위한 논문으로 10권으로 된 '건축론'을 저술하였습니다. 1485년에 출판된 이 책은 고전적인 문화의 토대 위에서 박학한 관찰과 더불어 실제적인 공사에 대한 조언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건축을 장인의 직업에서 수학, 기하학, 그리고 철학과 같이 엄격한 지적 필요를 요구하는 전문 직업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알베르티는 이 책에서 이상적인 비례체계와 중앙 집중식 교회 평면을 주장하였습니다. 알베르티에게 있어 '미'란 각 부분들과 전체 사이의 조화와 일치를 의미했으며 이러한 '미'를 얻기 위해 완벽한 비례체계를 주장하였습니다.

 

그의 작품인 피렌체의 루첼라이 궁전(1446~1451), 산타마리아 노벨라 교회 정면부(1456~1470), 리미니의 텔피오 말라테스티아노교회(1446~1455)와 만토바의 산트 안드레아 교회(1470~1494) 등은 르네상스의 양식적 형태를 결정지은 건축물에 속합니다.

---

3. 도나토 브라만테(1444~1514): 르네상스 건축의 완성자

브라만테로 알려진 건축가 도나토 다그노로 라자리는 이탈리아 하이 르네상스 건축가였습니다. 브라만테는 1444년 이탈리아 우르비노 근교 페르미그나모에서 태어나 밀라노로 이주하여 화가로서 교육을 받고 활동을 하였으나 화가보다는 건축가로서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는 밀라노에서 산 사티로 성당 안의 산타 마리아가 성기실(1482~1486)을 설계하였습니다. 이 구조물은 브라만테가 평생 추구한 건축과제인 8 각형 평면의 집중식 회당 형식의 첫 번째 작품이었다.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텔레 그라치에 성당의 내진(1492~1497) 역시 집중식 회당에 대한 그의 집념의 산물이었습니다.

브라만테는 1499년에 로마로 올라와 산타 마리아 델라파체 수도원의 회랑을 설계하였습니다. 1층과 2층의 열주 구성에 세심하게 배려한 이 회랑은 장중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중정에 세워진 템피에토 신전은 그의 대표작으로 고대의 원형 신전을 본뜨면서 빛과 그림자의 극적인 연출을 통하여 비록 작은 신물이지만 마치 기념비적인 건물처럼 보이도록 하였습니다.

브라만테는 교황 율리우스 2세에게 중용되어 바티칸 궁전의 여러 건축과 성 베드로 대성당의 재전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대성당의 개축 설계에서는 그리스 십자형의 채택으로 다년간 정열을 쏟았던 집중식 회당 형식의 전형을 실현하려고 하였으나 그의 죽음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건축물의 대부분 이 브라만테의 생각과는 다르게 진행되었다. 그가 직접 만든 바티칸 궁전 벨베데레의 중정은 이 시기의 가장 아름다운 구성으로서 유명합니다.

---

4. 안드레아 팔라디오 (1508~1580): 최초의 현대건축가

최초의 현대 건축가로 간주되고 있는 안드레아 팔라디오는 건축역사를 통하여 가장 위대한 건축가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아왔습니다. 원래 이름은 안드레아 디 피에트로, 팔라디오라는 이름은 비첸차 최고의 학자인 잔 로르조 트리시노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팔라디오는 1508년 11월 30일 베네치아공화국의 파도바에서 태어나서 주로 비첸차에서 석공. 조각가로 활약하였습니다. 그러나 과학과 수학의 천부적 능력과 인문학 소양을 가진 팔라디오는 비트루비우스의 책을 통하여 건축가로서의 재능을 개발시켰습니다.

팔라디오는 모두 네 차례에 걸친 로마 여행을 통하여 고대 유적과 고전주의 건축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로마의 유적을 연구한 후 고향에 돌아와 수많은 궁전과 저택, 그리고 공공 건축물을 설계하였습니다.

가장 위대한 그의 업적은 팔라초와 다양하게 디자인된 일련의 빌라, 즉 대형 농장주택들이었습니다. 대부분이 대칭형으로 디자인된 이 구조물들은 1550년대와 1560년대에 걸쳐 베네치아와 비첸차 사이에 건설되었습니다. 팔라디오는 각각의 빌라들을 중앙건물을 중심으로 양 측면에 파빌리온을 세웠습니다.

 

비첸차의 팔라초 치에리카티(1550~1580년경),팔라초 바르마라나(1565), 마제르의 빌라 바르바로(1554~1558), 판스로의 빌라 에모(159~1565) 등이 팔라디오의 대표적 작품들입니다.

그중 비첸차 근처 언덕의 정상에 위치한 거대한 주택인 빌라 카프라(1566~1569)는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받아 왔습니다.

돔을 얹은 정사각형 건물의 각각의 벽면에는 동일한 형태의 현관과 조각을 얹은 페디먼트를 가진 포티코를 설치하였습니다. 이러한 포티코를 이용하여 팔라디오는 주택을 고전적인 신전의 형태로 디자인하였습니다. 이 주택은 후에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 자신의 주택인 몬티셀로 (1770~1809)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팔라디오는 빌라 건축뿐만 아니라 베네치아 등지에 교회건축을 주문받아 당대 최고의 건축가로 인정받았습니다. 팔라디오는 건축가로서의 뛰어난 명성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건축 이론가로서의 명성도 얻었습니다. 

1554년에 이미 '로마의 건축'이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향후 200년 동안 가장 중요한 로마의 안내서가 되었고 이어서 '로마 교회들의 서술'이 출간되었습니다. 1570년에는 그의 대표 저서 '건축 사서'를 집필하였습니다. 건축 사서는 건축에 관한 최초의 대중서로 오더, 주택과 빌라, 공공시설, 고대 신전의 4부로 나뉘어 서술되었습니다. 팔라디오는 이 책에서 간결한 형태의 문장과 다양한 도판을 활용하여 고전 건축에 대한 그의 견해를 전파하였을 뿐만 아니라 팔라디오 양식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건축 사서는 이후 18세기 신고전주의 건축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

5.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 매너리즘을 탄생시킨 건축가

위대한 미술가이며, 조각가이자 건축가이며, 시인이기도 하였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 라파엘로(1483~1520)와 함께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트로이카'였으며 동시에 르네상스의 규법에 대항하여 비전통적인 디자인으로 매너리즘의 탄생에 공헌한 예술가입니다.

미켈란젤로는 1475년 피렌체 근교의 카프레제에서 출생하여 당대의 유명 화가 도메니코 기를란다요의 공방의 도제가 되었고,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성 마르코 성당정원에서 가르치던 조각 학교에 입학하여 피렌체의 뛰어난 인문학자들과 유명한 예술품들을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특히 그는 고대 그리스. 로마 조각으로부터 아름다운 인체를 묘사하는 고대의 비법을 배웠습니다.

 

1496년 미켈란젤로는 피렌체를 떠나 로마로 가서 그의 첫 번째 걸작 '피에타' 조각상을 제작하여 이탈리아 최고의 조각가로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습니다. 1501년 피렌체에 다시 돌아와 '다비드' 조각상을 제작하여 '피에타'와 더불어 미켈란젤로가 젊은 시절에 만든 걸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의 위대한 업적은 성 베드로 성당의 천장에 그려진 프레스코화와 그의 조각상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은 4년 동안 혼자의 힘으로 그려졌으며 내용은 성서의 이야기이며,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은 천장의 중앙 부분에 그려진 '아담의 창조'입니다.

 

미켈란젤로가 건축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나이 70세에 이르러서입니다. 미켈란젤로는 고전주의 규범 대신에 그의 의도에 적합하도록 비례와 디테일을 조정하였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초기 건축작품은 브라만테나 그 밖의 초기 르네상스 건축가들의 디자인보다 강렬하고 표현적이며 조형적이었습니다.

미첼란젤로의 주요 작품으로는 로마의 캄포돌리오 광장(1539), 피렌체의 라우렌티안 도서관(1524년경) 등이 있으며 그의 인생 중 마지막을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의 작업에 전념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