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엔나 분리파의 등장
19세기말과 20세기 초의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예술가와 건축가들은 미술, 디자인, 공예들을 동일한 토대에 집어넣으려는 공식적인 예술체제로부터 분리하려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진부한 학문적 디자인과 쇠퇴하는 아르누보 양식을 거부한 비엔나의 예술가들과 건축가들은 자신들을 분리파라 부르고 디자인에서 여러 형태의 장식을 제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20세기에 들어서자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근대 공학기술의 발달과 사회의 변화를 의식하여 보수적인 비엔나 아카데미에서 분리되어 독자적이고 진보적인 새로운 창조를 이념으로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1897년 4월 3일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오스트리아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공예가인 콜로만 모저,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조셉 호프만, 건축가 오토 바그너 등의 예술가들은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예술을 지향하는 예술가협회와의 분리를 선언하고, 1898년 첫 전시회를 통해 빈 분리파의 등장을 알리게 됩니다.
그러나 빈 분리파는 빈 예술가 협회와의 분리를 추구하면서도 대칭과 3단 구성 등 과거에 쓰였던 요소들을 건축물에 적용했는데 이는 모더니즘이 시도한 완전한 탈과거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돌림띠'(서양 고전건축의 기둥 상부의 처마나 천장 둘레를 감싸는 가늘고 긴 돌출부)가 면을 나누는 주요소로 사용되었지만 이 또한 르네상스 장식의 일종으로 여겨졌습니다.
2. 비엔나 분리파 건축디자인 특징
2-1. 비대칭
이전시대의 대칭적인 디자인과는 달리 비엔나 분리파의 건축 디자인은 때때로 비대칭적인 구성을 하고 균형과 조화에 대한 기존 관념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2-2. 유기적인 형태
비엔나 분리파 건축가들은 자연의 모양과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스레 흐르는 선과 곡선을 디자인에 적용하여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3. 장식적인 디테일
기하학적인 패턴, 꽃무늬 디자인, 동식물의 형태를 양식화한 형태를 모티프로 하는 정교한 장식을 추구하였습니다.
2-4. 예술과 건축의 통합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장식 예술의 구분없이 조화롭게 통합하여 종합 예술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3. 비엔나 분리파의 대표 건축가
3-1. 건축가 오토 바그너
근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토 바그너는 역사주의 양식으로부터의 분리를 목표로 하여 실용적, 기능적, 합리적 건축을 추구하였습니다.
"예술은 필요에만 순종한다", "새로운 양식은 재료와 과제, 생각에서부터 새로워야 하며, 이를 위해 기존 형식을 완전히 바꾸거나 새로운 형식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실용적이지 않은 것은 아름답지 않다.”라고 강조하며 건축의 합리성과 기능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빈 분리파가 결성된 해인 1898년 오토 바그너는 제자 올브리히와 함께 탈과거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빈 분리파의 전당인 '제체시온'을 설계했는데, 이 건축물은 1902년 열네 번째 전시회에 베토벤과 관련된 전시를 하면서 유명해지게 됩니다.
바그너는 과거의 건축은 반복된 것일 뿐 개인의 창작에 저해된다고 보고 전통을 거부하였습니다.
그는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재료는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건축의 형태는 필요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기능주의적 사고를 보였습니다.
바그너의 건축물은 3단 구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로마네스크에서 많이 쓰는 방법으로 1층은 하인의 영역, 2층은 외부인을 위한 공간, 그리고 3층은 개인적인 공간으로 내부가 형성되어 있듯이, 건물의 외부도 창의 크기나 모양을 3가지로 나누는 건축 형태입니다. 이러한 구성 방식은 고전적인 방법으로 이후 선으로 표현되기 시작합니다.
또한 바그너는 장식을 건축물 표현의 주재료로 사용하였고 사회 변화에 발맞추어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지지하였습니다.
비엔나에 세워진 바그너의 '우체국 저축은행(빈 우편저금국)'은 고전주의와 역사주의 건축에서 모더니즘으로 넘어가는 변환점에 놓여 있는 건물입니다. 코니스 위의 알루미늄 주물로 만든 날개 달린 여성상처럼 장식도 있고, 디자인 자체에서도 고전주의적 요소가 명확히 드러나지만이 건물의 특징은 명료한 기능성입니다.
내부에는 아치모양의 이중유리 천장과 바닥의 디자인에서 오토 바그너의 건축에 대한 사상과 이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엔나에 세워진 '카를광장 지하철 역사'는 바그너의 또 다른 대표적인 작품으로, 이 역사는 강철 골조에 대리석 석판을 붙인 구조입니다. 곡선 지붕 형태의 중앙 출입구가 있고, 양옆의 벽은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건물을 지탱하는 녹색과 황금색으로 칠한 금속부는 바그너가 선호한 기능적인 스타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특정적인 것은 단순하고 흐르는 듯한 곡선과 도금한 금속, 그리고 장식용 꽃무늬의 패널입니다.
3-2. 건축가 조셉 호프만
가구와 건축 디자이너인 조셉 호프만도 분리파를 이끈 대표적인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호프만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문따 브뤼셀에 세워진 벨기에의 자본가 아돌프 스톡렛의 호화저택인 스톡렛 저택이 있습니다. 비록 건물 외부의 타워는 빈약한 느낌을 주지만 내부는 클림트 벽화장식, 대리석, 값비싼 목재 등으로 사치스럽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1898년 전시회를 개최하여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유럽의 대중들에게 그들의 이념을 소개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3-3. 건축가 아돌프 루스
그는 비엔나 그룹 중에서 가장 급진적인 사고의 소유자였습니다.
아돌프 루스는 1908년 저서『장식과 죄악 』을 발표하여 건축에 있어서 "장식은 죄악"이라고 규정하고 장식을 부정하고 배제하여 단순하며 실용적인 건축을 주장하였습니다.
아돌프 루스는 미개한 파푸아 인들의 문신 자체에서는 어떤 결함을 찾지 못했지만 문신을 한 현대인들은 범죄자이거나 타락한 사람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논리를 확장하여 장식을 한 현대빌딩 역시 죄악이라고 규정하고 루스는 건물이 진정으로 현대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장식이 제거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의 가장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는 작은 아메리칸 바와 둥근 지붕과 대형 유리판의 창문이 있는 정육면체의 콘크리트 건물인 슈타이너 저택으로 탈과거의 형태가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었습니다.
또한 슈타이너 저택에서 처음으로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선보임으로 탈과거에 대한 계몽적인 형태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아돌프 루스의 건축과 사상은 20세기의 기능주의, 합리주의를 추구한 국제주의 양식의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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