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르누보 : 곡선 장식과 새로운 테크놀로지

19세기 말과 20세기초 영국의 미술 공예운동은 보다 다이내믹하고 꾸불꾸불한 양식으로 전개되어 번창하였습니다.
이러한 양식을 파리의 한 화랑의 이름을 따서 '아르누보'라 하였습니다.
아르누보란 불어로 '새로운 예술'이란 뜻으로 영국에서 모태가 된 미술공예운동이 아르누보가 발생하게 된 기틀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수공예만을 고집하던 미술공예운동과는 달리 아르누보 미술가들은 새로운 기계문화와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여 새로운 시대에 맞는 양식으로 발전시켜 나갑니다.
아르누보만큼 짧은 시간에 넓게 퍼져나간 예술운동은 그때껏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는 당시 많은 나라가 모더니즘 예술을 갈구하고 있었고, 아르누보의 개념이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합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각 나라 또는 지역에 따라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렸는데, 영국에서는 ‘모던 스타일’, 스페인에서는 ‘아르테 호벤’, 이탈리아에서는 ‘스틸레 리베르티’, 독일에서는 ‘유겐트스틸’ 등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유겐트스틸'이라는 이름은 1896년 뮌헨에서 창간된 잡지 『유겐트(Jugend, ‘청춘’)』에서 유래했습니다. 유겐트스틸은 식물 넝쿨이나 새, 꽃봉오리 등의 파도처럼 출렁이는 듯한 곡선을 주로 사용했는데, 이렇게 장식적인 요소들로 인해 오늘날 일반적으로 알려진 모더니즘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아츠 앤 크래프츠 운동의 윌리엄 모리스와 존 러스킨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2. 아르누보의 디자인 특징
2-1. 유려한 곡선의 장식
아르누보 양식은 예술에 있어서 개인의 자유로운 창의력을 중시하였습니다.
철과 유리를 이용한 곡선 장식을 주요 표현 언어로 사용하였으며, 종래의 건축, 공예가들이 그 전형을 그리스, 로마 혹은 고딕으로부터 구한 것에 반해 아르누보 작가들은 모든 역사적인 양식을 부정하고 자연에서 유래된 아름다운 곡선을 모티프로 삼아 새로운 표현을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공작의 형태, 파도나 포도 덩굴의 줄기, 백조, 꽃봉오리 등이 있습니다.
유연하고 유동적인 선들과 당초무늬, 화염무늬 등 장식성이 넘치고 유기적인 움직임이 느껴지는 모티프들을 즐겨 그렸습니다.
창문·아치·문 등의 장식은 쌍곡선과 포물선의 형태로, 흔히 몰딩(건축이나 공예에서 문틀 또는 가구 등의 테두리를 두드러지게 하거나 오목하게 만드는 장식법)의 장식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그 형태는 대부분 식물에서 가져왔습니다.
또한 빅토리아 시대의 절충적이고 재생적인 양식을 피하려고 애썼으며, 대신 불꽃, 동식물의 외피, 여성의 몸이나 가늘고 긴 머리카락 등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통해 추상적이면서 세련되게 표현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아르누보 예술가들은 직선적이고 평면적인 이전 시대 예술과는 차별화된 형태를 표현하고자 곡선과 곡면을 표현의 주 요소로 삼았습니다.
2-2. 풍부하고 고급스러운 소재
스테인드 글라스, 이국적인 목재, 광택이 나는 금속 등과 같은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하여 실내공간을 화려하게 꾸몄습니다.
복잡한 모티프, 정교한 철공예가 아르누보 건축물의 외부와 내부를 장식하여 건축과 자연과의 경계를 없애려고 하였습니다.
또한 아르누보 건축가들은 새로운 재료인 철과 유리를 이용해 자신들의 의도를 잘 드러내었습니다.
전통적인 건축 재료였던 일반적인 석재와 목재는 그들의 의도를 표현하기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그들은 구조와 장식의 일체감을 통해, 디자인이란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라는 개념을 정립하고자 하였습니다.
공간을 구성하는 선적인 요소에는 가는 선을 주로 사용해 더욱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2-3. 정교하고 기발한 디테일
복잡한 디자인의 스테인드 글라스의 창문부터 기발한 모양의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테일로 감각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아르누보 작가들은 예술가 개인의 주관과 창의력을 중요시 여겼는데, 일정한 체계 아래서 생겨난 양식은 다시금 역사주의나 부분적인 변화만을 보이는 절충의 형태를 만들어낼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르누보 역시도 역사적인 절충주의를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형태를 구성하는 표현들은 과거를 탈피하는 경향은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의 곡선과 곡면을 그대로 재현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3. 아르누보 디자인 대표 건축가
3-1. 빅토르 오르타(벨기에)
아르누보의 대표적인 건축가인 벨기에 출신의 빅토르 오르타는 건축물이라는 하나의 물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물체와 공간의 조화를 이루고자 노력했습니다.
미술가의 안목을 갖춘 건축가로서, 그는 비어 있는 벽면에 아르누보의 표현을 채워 넣었습니다.
그럼으로써 벽은 그 자체의 기능 외에도 공간에 생동감을 부여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생동감이 바로 아르누보의 핵심이었습니다.
이처럼 아르누보 예술가들은 침울하고 경직되었던, 그리고 획일화되었던 예술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아르누보 양식을 보여주는 선구적인 건축은 그가 1894년 벨기에의 브뤼셀에 세운 타셀 저택이었습니다. 이 저택은 아르누보의 첫 건축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구조적 요소는 결코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장식으로서의 역할도 해야만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따라서 오르타는 구부릴 수 있으면서도 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주철을 이용하여 구조와 장식을 병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표현을 식물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타셀 저택의 현관은 소용돌이치는 유기체의 형태로 장식되어 있고, 계단실에는 주철로 된 노출기둥으로부터 난간, 벽, 그리고 바닥에 이르기까지 식물 같은 덩굴손 모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3-2. 헥토르 귀마르(프랑스)
헥토르 귀마르(1867~1942)는 프랑스의 대표적 아르누보 실내 건축가였습니다.
귀마르의 디자인은 대중들로부터 찬사를 받아 아르누보가 프랑스에서는 종종 '귀마르 스타일' 혹은 '스타일 메트로'로 불리곤 하였습니다.
그는 가구, 설비, 조명등, 문 손잡이 장식에서부터 길고 구불구불한 특수 못까지 직접 디자인하였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전체적으로 융합되어 실내의 일부분으로 통합되었습니다.
귀마르는 다수의 지하철역을 디자인하였고 그가 디자인한 주철로 된 꽃 줄기형의 파리의 지하철 입구는 1900년에 세계 박람회에 맞추어서 디자인되었습니다.
이곳은 아르누보적인 형태를 아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이었으며, 이후에 새로운 형태로 선택한 곡선과 곡면에 대한 이미지가 유럽 전 지역에 퍼져나가면서 진정 새로운 예술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3-3. 안토니오 가우디(스페인)
아르누보 건축 중 가장 뛰어난 작품들은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가 디자인한 구불구불한 구조물들이었습니다.
가우디 건축의 특징은 자유롭고 흐르는 듯한 형태를 3차원의 표현적인 건축형태로 만들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가우디의 자연형태와 결합하여 만들어진 구불구불한 형태의 구조물은 물결과 산호초 그리고 생선뼈를 상기시킵니다.
그의 구불구불하며 선이 흐르는 듯한 건물 형태와 유기적인 형태의 창문은 바람에 날려 텅 빈 듯한 느낌이 줍니다.
또한 실내 공간은 마치 잡아당긴 듯이 뒤틀린 형태를 보이며 이러한 느낌은 그의 가구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의 디자인 중 바르셀로나에 세워진 구엘 파크(1900~1914)는 가우디의 이상과 강렬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타일조각이 끼워져 있는 벤치, 지하동굴, 미끈한 계단 등이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가우디의 가장 다이내믹한 건물은 바르셀로나 중심지에 세워진 카사밀라(1905~1910)라 하는 아파트이다. 물결치는 듯한 형태의 아파트 정면은 마치 움직이는 것같이 보인다. 내부 역시 소용돌이치는 듯한 곡선 형태로 되어 있어 방들이 불규칙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가우디가 아르누보 건축가 부류에 속하는 것은 곡선과 곡면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고딕 건물을 배경으로 삼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것은 순수한 모던 건축가들에게는 갈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르누보가 다른 모더니즘 예술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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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찰스 레니 매킨토시(스코틀랜드)
스코틀랜드의 아르누보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매킨토시(1868~1928)는 거대한 산업화와 부를 가졌던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예술학교에서 작업을 했습니다.
글래스고 예술학교는 철과 유리를 이용하여 장식한 아르누보의 구조적 융해와 미술 공예운동으로 고무된 스코틀랜드의 지방색을 발전시켰습니다.
대영제국에서 아르누보 양식으로 작업한 유일한 건축가였는데 강한 기하학적 형태를 아르누보와 결합시켰습니다
그는 공예와 예술을 결합한 러스킨의 사상을 잘 받아들여 수직적 요소와 곡선을 절충한 자신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그의 작품에 표현된 긴 선은 빈 분리파의 테두리와도 연관 지을 수 있습니다.
유럽의 전 지역이 근대의 물결 속에서 파도치고 있을 때에 빈은 아직도 과거의 모습으로 가득했습니다.
이는 파리와 유사한 모습으로, 니체가 파리를 불태워버리고 싶다고 토로할 당시의 근대주의자들의 눈에 보였던 도시의 모습과 같았습니다.
빈이 이렇게 과거의 모습으로 가득할 때 일부 예술가들은 빈의 이러한 모습을 거부한다는 뜻으로 빈 분리파를 주장했습니다. 빈 분리파는 건축물에 수평선 띠와 둥근 형태를 적용하며 모던한 양식을 시도한 부류입니다.
3-5. 루이스 설리번(미국)
시카고파의 핵심 인물이었고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건축의 격언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장식에도 매료되어 설계에서는 흐르는 듯한 꽃문양을 외부에 적용한 상업 건물을 디자인하며 아르누보풍의 장식을 즐겨 사용하였습니다.
대표작은 카슨피리스콧 백화점, 시카고의 상징이 된 오디토리엄 빌딩, 세인트우리스에 위치한 웨인라이트 빌딩, 개런티 빌딩 등이 있습니다.
3-6. 루이스 티파니(미국)
미국을 대표하는 아르누보 디자이너 중 시카고 출신인 뉴욕 출신의 루이스 티파니(1848~1933)는 유리와 금속을 결합한 새로운 스테인드글라스 기법을 개발하였으며 창문과 전등갓에 장식적인 문양과 선명한 색채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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